2025년 11월 7일 금요일

서울고법 '수사 중인 중대재해 기업 명단도 공개해야'

서울고등법원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명단을 유죄 확정 이전 단계에서도 공개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리며, 1심 결론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소송은 시민단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청구에서 비롯됐다. 시민단체는 2022년 중대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재해 발생일·업종·사망·부상 규모 등 일부 정보만 공개하고, 원·하청 기업명과 담당 감독관 이름 등은 비공개했다. 정부는 해당 정보가 수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기업명 공개가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기업명 공개가 수사기관 내부 정보나 구체적 범죄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정보 공개로 인해 직접적·구체적 장애가 발생한다는 정부의 주장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기업이 사회적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정보 공개 그 자체가 아니라 시민단체의 게시 행위에 따른 간접적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죄 확정 이후 공표를 규정하고 있다는 정부의 논리도,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정보의 공공성을 제한할 근거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항소심은 1심과 동일하게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주며, 정보 공개의 필요성과 공익성을 강조했다.

시사점

1. 정보공개 제도의 기준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

이번 판결은 정부가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광범위한 비공개를 유지해 온 관행에 제약을 가하는 의미가 있다. 향후 고용노동부를 비롯한 행정기관은 중대재해 관련 정보 공개 기준을 보다 명확하고 투명하게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2.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에 대한 사회적 압력 증대

기업명 공개 가능성이 높아지면, 기업은 법적 책임뿐 아니라 평판 리스크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안전관리 체계 강화와 사전 예방 조치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산업안전 전반의 수준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3. 시민단체·언론의 감시 기능 확대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 시민단체와 언론의 감시 활동이 활성화되고, 중대재해 대응 과정의 투명성이 강화된다. 이는 산업재해 예방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4. 대법원 판단이 최종 기준을 형성할 전망

정부가 상고할 경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향후 정보공개법 해석과 중대재해 관련 공표 기준의 법적 틀을 확정하게 된다. 산업안전, 기업책임, 공공정보 공개의 경계를 규정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https://www.chosun.com/national/court_law/2025/10/02/76WRE6LMCNFSVNKR3G56KR2XQ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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