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늘었고, 기초는 비었다 — PwC 2027 디지털 신뢰 보고서

PwC가 「2027 Global Digital Trust Insights」를 내놓았다. 제목은 'Moving targets', 움직이는 과녁이다. 2026년 5~7월, 71개국 3,934명의 비즈니스·기술 리더를 조사했다.

돈은 다시 풀리고 있다. 84%가 사이버 예산 증액을 예상한다. 전년보다 6%p 높은 수치다. 보안 리더의 58%는 AI를 예산 우선순위 상위 5위 안에 올렸다.

그러나 가장 취약한 곳도 AI다. 대비가 가장 부족한 위협 1위는 'AI 시스템을 겨냥한 공격'(50%)이다. 클라우드 위협(34%), 제3자 침해(33%), 랜섬웨어(33%)가 뒤를 잇는다. 방어에 AI 에이전트를 쓰겠다는 의지는 크다. 하지만 사람의 승인 없이 완전 자율 실행을 허용하겠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정작 무너지고 있는 것은 기초다. 사이버 위협을 명시적으로 다룬 운영 연속성 계획을 완전히 공식화한 곳은 39%뿐이다. 23%는 공식 계획을 만들고 있지도 않다. 기업들은 7개 핵심 데이터 리스크 조치 가운데 평균 3개만 시행했다. 전부 시행한 곳은 5%로, 작년 7%에서 오히려 줄었다. 양자내성 보안을 실제로 시행 중인 곳은 21%다.

지정학의 그림자도 짙다. 50%가 공급망·제3자 리스크 관리를 바꾸고 있다. 49%는 사이버보험, 사고 대응, 위기관리 계획을 손보고 있다.

리스크를 다루는 사람에게 이 보고서가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예산은 늘었는데, 사고가 난 다음 날 회사는 돌아가는가. 보험은 손실을 메워준다. 그러나 멈춘 공장을 돌리지는 못한다. PwC가 '최소 존속 기업(minimum viable company)', 곧 위기 속에서도 조직을 굴러가게 할 최소한의 역량부터 정의하라고 권하는 이유다.

로이즈뱅킹그룹 CSO 맷 로우의 말이 이 보고서를 요약한다. "AI 시대에 성공하려면 기계의 속도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공격은 이미 기계의 속도로 오고 있다. 문제는 대비가 여전히 사람의 속도라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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